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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꽃 송이가 하늘거린다.

강갑준 2006. 6. 2. 19:02

장미꽃이 줄기줄기 사면으로 드리워져/
더운 여름에 청음이 시원하다/
푸름을 따려다가 도리어 손을 찌르고/
붉은 꽃송이를 바라보니 단장의 아름다움이다/
벌의 촉각을 살찌게 하는 분(粉)이여/
나비 날개를 윤기 있게 하는 빛이다/
우중(雨中)에 보는 것도 아름다운데/
(중국이 어느 시인의 '장미화'에 대한 글입니다. )


5.31 지방선거 패자를 위하여
김병지와 차두리는 월드컵 대표팀 엔트리에서 빠졌다. 엔트리가 발표되던 날 아침 김병지는 아내에게 ‘울면 안 된다’고 했다. 아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아내는 결국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일주일 내내 그녀는 눈에 눈물을 담고 지냈다. 5·31 선거 낙선자도 그럴 것이다. 괜찮다, 괜찮다며 스스로 마음을 다잡아 보지만 뻥 뚫린 가슴의 허전함은 어쩔 수가 없을 것이다.

 그래도 김병지만이야 하겠는가 싶다. 출마 준비는 길어서 몇 해겠지만, 김병지는 삼십년간 축구공을 안고 뒹굴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낙선자는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그러나 김병지의 나이 서른 여섯이다. 축구 선수로는 거의 노년이다. 그에게는 이번이 월드컵에 갈 마지막 기회였다.

 그래서 김병지는 패배자가 됐는가. 당장은 그럴 것이다. 그러나 그를 아끼는 팬도 많다(필자도 그 중의 한 사람이다). 그들에게 김병지는 여전히 최고의 골키퍼다. 월드컵의 들뜬 분위기 속에서 그는 잠시 잊혀질 것이다. 그러나 역사에는 주류만 있는 것이 아니다. 비주류도 있다. 그리고 역사 이야기가 흥미로운 것은, 주류보다는 오히려 비주류가 있어서다.

 천재 비평가 발터 벤야민은, 역사가 승자의 전리품을 나열하느라 패자의 고난은 외면해 왔다고 불평한 바 있다. 피라밋의 위용 앞에서 사람들은 파라오가 지녔던 엄청난 힘의 무게를 느낀다. 그러나 그 무게에 깔려 죽거나 다친 노예들의 신음은 듣지 못한다. 오직 감수성이 예민한 소수의 사람만이 그걸 느끼고는 한숨 짓는다.

 이야기가 다소 거창하게 흘렀지만, 취지는 빗나가지 않았다. 요컨대 패자도 위로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무릇 권리란 가치에서 나오는 것인데, 사람 사는 이야기에서 승리와 패배는 각기 나름의 가치를 지닌다. 시간이 흐른 뒤에는, 승리담 못지 않게 패배담도 흥미진진할 것이다. 이 사실을 굳이 말하고 싶었다. 개인 날이면 어떠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