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있어서 자연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거의 본능에 가까운 것인지 모른다. 특히 도시인들은 답답할 때면 숨 막히는 콘크리트 건물에서 빠져나와 녹음이 짙은 자연을 즐겨 찾게 된다.
시골길 논두렁 가까이 서너 그루의 미루나무 동구 밖 느티나무의 그늘을 멀리서 바라보는 시원함, 그것은 사람의 고뇌로부터 우리를 해방시켜주며 우주의 신비와 인간조건의 비극성을 다시 한 번 골똘히 생각게 해주는 순간이 된다.

프랑스 시인‘르콩트드릴’의 시 뤼파르크의 노래 중 휘두레에‘시원한 포풀라 나무 밑에서 졸고 있는 부드러운 풀잎들! 언덕에서 흐르는 이끼엔 샘물이 꽃핀 초원에서 검은 숲속으로 흘러가네. 쉬어요! 오! 휘두레여! 한낮의 태양은 풀빛에 빛나며 그대를 오수(午睡)로 이끌고 가네...’라는 표현이 있다.

/인생은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기도 전에 이미 그 절반이 지나가 버리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허둥지둥하는 사이에 어느새 봄은 저만치 달아나려 한다. 여름이 다가오는 것이다. 여름은 자연과 가장 가까워 질 수 있는 계절이다. 일 년 내내 도시를 떠나지 못하고 있던 사람들도 이 한철만은 용기를 내어 자연으로 가 본다. 그것은 사람들이, 도심의 매연과 오염된 수돗물을 마셔서 더러워진 심신을 소제하는 좋은 활력소가 된다. 눈이 부시도록 선명한 풀잎과 꽃들의 계절 4월, 이달이 저물어 갈 때면 태양과 바다와 산다. 모든 것이 강렬한 원색의 세계로 뒤덮여 가리라.

사람들도 원색의 세계를 그린다. 멀리서부터 차차 다가오는 원시의 리듬과 본능이 엮어내는 건강한 교향시는 어디서나 젊음을 찬미하고 미를 갈구한다. 꾀꼬리의 현란한 노랫소리가 숲속의 바람을 재운다. 반짝이는 나뭇잎 사이로 굴러 나오는 듯 한 그 신비로운 음향은 실로 우리의 어두운 가슴을 신선한 감동으로 채워준다.

자연의 숨결은 곧 신명의 숨결이다. 예수가/죽을 것 같다/는 고뇌 속에서 마지막 기도를 올리던 장소도‘겟세마네’ 동산을 택했던 것은 거기에 녹음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녹음이 우거진 수목은 진실로 모든 인류의 혈관 속에 맥맥이 흐르는 원시같이 소박한 또 하나의 시의 숨결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는 정원에 꽃이 없어도 좋다. 모든 생명체가 이 사람의 환희를 뿜고 있을 때에는 웃음이 없어도 좋다. 푸르름의 계절에는 모든 것에서 힘이, 맥박이 느껴진다.
태양과 녹음 그것은 분명 젊음의 에너지가 작렬하는 자연은 우리들의 마음속을 말끔히 씻어준다.

오늘날 자기가 아니면 안 되고 입으로만 애국하는 파렴치한 인간들, 우정도 사랑도 아랑곳 않고 권력만 있고 돈만 있으면 된다고 믿는 너절한 인간들이 잠시라도 자연의 품에서 삶이 있으면 당연히 죽음도 있음을 생각해 본다면 세상은 조금 더 조용하고 아름다워질 것이다.

우리는 자연을 바라보면서 인생을 느껴 볼 수 있다. 문명이 아무리 새로운 현실을 전개시킨다 하여도 태어나고 죽는 질서는 변혁시키지 못한다. 자연을 이해할 때 우리는 인생을 이해하게 되리라 본다.
물질문명의 과도한 오염 속에서 우리들 스스로가 그것을 어떻게 조절하여 인생을 이끌어 갈 것인가를 생각해 본다면 생을 바르게 산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짙어가는 금정산의 녹음은 생활에 찌든 속에서도 무엇인가를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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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강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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