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화들짝"

I Think 2007. 3. 1. 08:58
꽃이 봄보다 먼저 계절을 알고 찾아 들었다. 해마다 맹위를 떨치던 꽃샘추위도 저만치 물러갔다.‘꽃샘추위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고 위세를 떨치곤 했지만 언 땅이 풀린지 오래고 이제 피기 시작한 꽃들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봄의 전령사로 자처하는 꽃나무야 많겠지만 부산 금정산 인근에는 매화꽃이 활짝 피어 봄 소식을 전하고 있다.

3월초에 만개하는 매화꽃이지만 최근 이어지는 화창한 날씨로 예년보다 일찍 꽃망울을 터트렸다. 1923년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후 부산지방은 가장 높은 겨울 평균기온인 8.1도를 기록하며 봄꽃이 개화시기도 앞당겨졌다.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우수(19일)부터 경칩(3월 6일)까지 15일 동안 5일씩 나누어 봄이 오는 소리를 들었다. 첫 5일은 수달이 물고기를 잡는 모습에서, 다음 5일은 겨울새인 기러기가 북쪽으로 날아가는 것을 보며, 마지막 5일은 따뜻한 햇볕의 양기로 초목이 싹트는 것을 보며 봄을 맞았다.

경칩을 일주일 앞두고 있지만 이상 고온으로 기러기는 벌써 날아가고, 강은 일찍 풀렸다. 봄을 맞는 심정이야 예나 지금이나 다를까.

“遲日江山麗(긴 해에 강과 산은 아름답거니) 春風花草香(봄바람에 꽃과 풀이 향기롭도다) 泥融飛燕子(흙이 녹으니 제비 날고) 沙暖睡鴛鴦(모래 따뜻하니 원앙새 졸고 있다)

두보는 봄날의 정취를 이렇게 읊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봄은 벌레들이 잠을 깨어 스멀스멀 기어나오고, 언땅을 뚫고 경쟁하 듯 싹을 틔우는 새싹들이 있어 반가운 계절이다.

그래서 얼마전 작고한 오규원 시인은 봄을 “봄은 자유다. 자 봐라. 꽃 피고 싶은 놈 피고, 잎 달고 싶은 놈 잎 달고, 반짝이고 싶은 놈은 반짝이고, 아지랑이고 싶은 놈은 아지랑이가 되었다. 자유다 마음대로 뛰어라”라고 노래했다. 마음대로 피어날 개나리는 16일, 진달래는 19일 경 필것이라고 예보한다.

어디 이들 꽃 뿐인가. 양지바른 곳에서는 제비꽃, 할미꽃이 피고 노랑매미꽃, 각시붓꽃, 노랑붓꽃 등이 지천으로 피어날 것이다. 바야흐로 봄이다.

'I Think' 카테고리의 다른 글

茶 한잔의 思索  (3) 2007.03.04
봄...그대안의 블루  (3) 2007.03.01
'야생화'를 찾아서  (1) 2007.02.25
어쩌다 세상이 이 지경이 되었는가?  (1) 2007.02.24
가까히 온 그 님... 봄  (1) 2007.02.23
Posted by 강갑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