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습니다. 정해년의 첫 태양은 이미 떠올라 세상을 환히 비추고 있습니다.그래서 어느 시인은 “세월의 머언 길목을 돌아/ 한 줄기 빛나는 등불을 밝힌/ 우리의 사랑은 어디쯤 오고 있는가”라며 아직은 햇살도 떨리는 조용한 1월의 아침을 노래했습니다.

이 시를 쓴 허형만 시인은 냉수 한 사발로 목을 축이고 깨끗해진 두 눈으로 무등산을 마주합니다. “오늘은 무등산 허리에 눈빛이 고와/ 춘설차 새 잎 돋는 소리로/ 귀가 서러운” 1월의 아침에 일어난 시인은 땅도 풀리고, 꽃잎 뜨는 강물도 새로이 흐르리라는 희망을 얘기합니다.

그러나 새해가 밝았지만 우리들은 지난해의 우울을 아직도 털어내지 못했습니다. 지난 병술년 한해 우리를 짓눌렸던 불화와 분열은 핵실험 한방에 그 흉한 모습으로 더 거칠어졌습니다. 오죽하면 국민들의 마음고생이 심했던 해라고 하겠습니까만, ‘바다이야기’·‘부동산’ 광풍에 춤추다 추락한 경제난과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을 만큼 피폐한 내일에 대한 이야기 등등 끝이 없었습니다.

해가 바뀐다고 거저 희망이 오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지난 2006년 병술년 첫날에도 태양은 어김없이 떴고 우리들은 모두 희망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한 해를 살아 보았듯이 우리는 분열과 갈등 앞에서 절망했습니다.그렇기에 예단할 수 없는 희망에 앞서 우리들은 불의와 부조리에 대한 타협없는 대결의지를 지녀야 합니다.

일찍이 유치환은 “생명에 속한 것을 열애하되/ 삼가 애련에 빠지지 않음”이라며 원수(일제)와 그에 아첨하는 자를 증오하고 회한 없는 삶을 살겠다는 의지를 불태웠습니다.이 시는 시인이 일가를 이끌고 일제의 탄압을 피해 만주로 갔을 때 비록 풍찬노숙하는 몸이지만 모든 생명을 사랑하되 애련에는 빠지지 않겠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비록 귀가 서러운 1월이지만 애련에 빠지지 않는 열애를 하겠다는 비장미 하나쯤 마음속 깊이 간직하기를 바랍니다. 찬바람이 부는 겨울날, 들판의 풀뿌리가 숨을 죽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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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강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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