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은 많은 것을 말해준다고 한다. 사람들은 영원의 세계를 흰색으로 말하고 죽음의 세계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검정색으로 나타낸다.색깔 중 가장 인간의 삶과 가까운 색은 붉은 색과 푸른 색이다.이 두 가지 색이 모두 생명의 세계를 묘사하는 색이기 때문이다. 붉은 색은 열정과 흥분의 색이고 푸른 색은 우울의 색이다. 사랑은 붉은 색이고 젊음은 푸른 색이다. 계절을 표현할 때도 색깔이 들어가야 그 느낌이 묻어 나온다.
색깔은 상징적이고 철학적인 의미로만 쓰이지는 않는다. 사람은 저마다의 색깔로 자신이 처해있는 환경을 표현하고, 음악도 색깔에 따라 그 풍(風)을 구분하여 즐긴다. 이념에도 색깔이 덧씌워져 대립과 반목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하는데, 지난날 우리 사회에 만연했던 색깔시비가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정치권에서 또다시 색깔시비가 재연되고 있다고 한다. 사회학자들은 우리의 색깔시비는 통일이 되는 날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한다.
사실 우리말처럼 색깔이 폭넓게 인용되는 언어도 이 세상에서 드물 것이다.빨간 색만 해도 ‘빨그대대하다’ ‘빨그댕댕하다’ ‘빨그스레하다’ ‘발그족족하다’ ‘빨긋하다’ ‘불그스레하다’ 등 색깔묘사가 무궁무진 수도 없이 많다.파란색 노란색 역시 그 표현이 부지기수로 많아 영어나 불어 등 외국어로는 도저히 옮겨놓을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이는 우리의 정서가 그만큼 섬세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최근 우리 어린이들의 옷 색깔이 유난히 붉은 색이 많아졌다고 한다.
월드컵축구의 붉은 악마 이후의 현상이라고 한다.스페인의 투우사들이 붉은 천으로 투우를 흥분시켜 돌진시키듯이, 사람도 붉은 빛에 쉽게 흥분해 이성을 상실하고 저돌적이게 되는 원초적 심성이 잠재돼 있다고 한다.
또 가스통 바슐라르는 ‘불의 정신분석’에서 붉은 색이 섹스를 가장 민감하게 연상시킨다고 했다.정신분석학자들은 붉은 색이 성욕을 일으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우리 옛 전통사회에서는 신명을 받드는 임금님과 무당 이외에는 붉은 옷을 입지 않았던 것은 정신분석학적 측면에서 선견이 있었던 것이다. 아, 지금 금정산이 온통 붉은 빛 만산홍(滿山紅), 가슴이 울렁울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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