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세계는 매일 지지고 볶지만 늦가을이 오면 국화는 어김없이 노란 미소를 인간들에게 선사한다. 도연명는 국화의 그 담담한 미소를 보고 “채국동리하(採菊東離下) 유연견남산(悠然見南山)”이라고 읊었다. ‘동쪽 울타리 밑에 핀 국화를 꺽어들고, 고개를 들어보니 유연하게 남산이 눈에 들어온다’는 뜻이다.
도시를 떠나 산골에 은둔 했으면서도 후회하거나 불안해하지 않고, 대자연과 하나가 되어 있는 자신의 심정을 피력한 것이다. 시골우체국장급의 벼슬을 때려치우고 전원으로 돌아갔던 시기는 그의 나이 42세 무렵, 고금을 막론하고 40대 초반이면 인생사가 풍파로 가득찬 길이라는 사실을 대강 짐작할 나이다.
결국 행복으로 남는 것은 대자연과 일체감인데, 도연명은 늦가을 서리가 올 무렵 피는 노란색 국화와, 의연하게 서 있는 남산을 보면서 느낀 물아일체(物我一體)의 행복감을 시로 남긴 것이다. 예로부터 모란이 세속적인 부귀를 상징하는 꽃이었다면, 국화는 은둔하는 선비의 꽃이었다. 떨어지는 낙엽에서 꽃을 피우기 때문이다.
60대 넘어서니 비로소 우리 산하의 국화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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